1년간 워밍업 거친 오픈뱅킹,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2021-02-02 15:13:42 , 수정 : 2021-02-04 15:52:47 | 정연비 기자

 

[금융경제플러스] 오픈뱅킹 서비스가 상반기 내로 전 금융사로 확대되면서 사실상 올해부터는 치열한 자금유치경쟁시대로 돌입했다. 
 

지난 2019년 12월 오픈이래 오픈뱅킹 서비스는 그간 은행권에서만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던 지급결제 전산망을 제2금융권에까지 개방되면서 사실상 계좌 개설이 가능한 금융사라면 모두 참여가능해진 셈이다. 
 

증권사는 물론 3월에는 저축은행, 4월에는 카드사도 금융결제원 총회의결을 통한 특별참가절차를 거쳐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지방은행들까지 오픈뱅킹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기존 플레이어였던 시중은행들은 이제 단순한 계좌 공급자가 아닌 고객 사수에 전력질주하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초까지 은행들의 오픈뱅킹 고객 유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은행들이 물량공세에 나선 배경에는 기존 은행들의 플랫폼을 통한 자산관리 유입량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동학개미열풍'이 일어난 후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쏠렸고, 자산운용처를 저축에서 투자로 옮기는 경향이 확대됐다.
 

한편 각종 기관과 기업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 플랫폼에 담아 맞춤형 상품 추천과 금융자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추진되면서 은행·카드·펀드·보험·대출 등 모든 금융거래 정보가 한 바구니에 담기게 됐다. 자산관리(WM) 시장에서는 기존 금융회사 외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여해 경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저축은행·카드사·핀테크, 각각 유리한 잇점으로 시장 선점 노린다

 

 

오픈뱅킹이라도 주거래은행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은행은 서비스 점유면에서 유리하다. 그간 오픈뱅킹을 통해 수시입출금 통장에만 자금 이동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예금과 적금 등 수신상품에도 이체가 가능해졌다. 이에 고객이 어떻게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알 수 있게 돼 내부에서는 나름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됐다. 은행 고객의 이탈 방지를 위해 기존 앱에서 고객의 자산관리에 대한 정확하고 간편한 자문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 일명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전략을 내세울 때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고객 확보에 이점을 가질 수 있다. 금리 0.1%포인트 차이에도 자금을 이동시킬 정도로 금융소비자들은 금리변동에 예민해져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은행권에 비해 더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식으로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시중보다 높은 금리를 어필해 저축은행 계좌를 주거래 계좌로 쓰고 은행 계좌를 서브 계좌로 쓰도록 만드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권에 의존도가 낮아져 이득이다. 각각의 은행과 제휴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번거로움도 줄었고 은행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아낄 수 있게 돼 일석이조다. 제휴가 안되어있어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던 은행까지 연동할 수 있어 신규 이용자 유치도 덤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시행했던 은행이 유리하다는 것도 오픈뱅킹 시행 초반 대다수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 계좌를 주로 쓰면서 다른은행에 흩어져 있는 자산을 확인하는 계좌 조회 용도로만 사용했던 경우의 이야기다. 이제 오픈뱅킹 서비스가 제공되는 계좌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자금 이동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과당경쟁으로 경쟁력 약화 및 기존 서비스 도태·보안 취약성 등 해결과제 수두룩

 

 

금융업계에서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계좌 서비스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이 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금융기업, 비금융기업 가리지 않고 본연의 장점이 흐려져 경쟁력이 도태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가령 은행 같은 전통적 금융회사는 타 금융업권과 비금융기업들이 금융권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심화되는 경쟁으로 업계의 이자, 수수료 수익성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잔고도 시중은행 앱에서 편리하게 조회·이체가 가능하게 된다면 기존에 만들어 놓은 저축은행 통합 앱을 찾는 고객은 자연스레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도 그동안 은행 앱과 차별화로 내세운 무료송금서비스, 타행계좌 연동 같은 경쟁력이 약해지게 됐다.
 

오픈뱅킹 시행초반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던 보안 위험성도 우려된다. 모든 금융사의 송금 및 결제망을 표준화시키고 개방하니 안전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픈뱅킹 어플 하나만 해킹당해도 모든 계좌가 해킹당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관련 법 보안은 필수 해결 과제다.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노년 이용층 유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 저하 등 기존 수익거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출범이 예고되자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을 서둘러 선점할 필요를 인지하고 있다. 비록 기존에 들어와있던 금융사들보다 적은 분담금을 내게 되더라도 아예 내지 않는 핀테크사들과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모든 금융업체들이 서비스를 시행한 이후에는 반대로 증권업계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오픈뱅킹 출범 전에는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앞두고 미리 일정 금액을 증권사 계좌에 넣어놓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은행 계좌에 두고 매수할 때마다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비 기자 jyb@fne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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