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이슈, 금융 각계 각층 갈등 심화 논란
2021-03-03 13:37:06 , 수정 : 2021-03-06 16:24:33 | 정연비 기자

[금융경제플러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의견 충돌에서 각계로 퍼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금법 개정은 소위 디지털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을 가리킨다. 해당 법이 최초로 제정됐던 지난 2006년과 비교해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화된 금융 환경을 반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무엇보다 핀테크나 빅테크 등 신생 사업자들의 금융업 진출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를 만들어 소비자 보호를 주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전금법 개정안에는 가령 요즘 같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에서 충전한 선불충전지급수단(포인트·머니 등)를 활용해 고객 간 거래가 이뤄지는 행위들도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을 만큼 세태를 반영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간 한은이 전권을 가지고 있던 금융거래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이제 전자상에서 금융위가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내비쳐지면서 이를 둘러싼 금융위와 한은은 초반부터 강한 충돌을 보였다. 
 

특히 개인의 예민한 금융정보들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결제원(금결원), 학계, 업계, 시민단체까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다양한 갈등들이 양산되는 실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은과 금융위 모두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알고보면 전자금융거래 정보를 수집하는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영역다툼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렇게 지급결제제도를 감시 및 관리할 권한을 두고 한국은행과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점화되자 일단 정무위원회는 “전부개정안인만큼 공청회가 진행해 쟁점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법안심사를 이달로 넘기면서 보류했다. 지난달 1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 회부됐지만, 소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법안을 심사할지에 대한 여부도 여야 간사 합의에 따라 이달 임시국회에서 나올 예정이다. 

 

 

 

찬성

“빅브라더 아냐… 소비자 보호와 시장 감독 목적”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나. 지나친 과장이다”라며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사고가 났을 때 이 돈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야 돌려줄 수 있으니 기록을 남기자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를 침해하려고 하는 법이 아니고 미진한 것은 보완하겠다”며 “양 기관이 언론을 통해 설전을 벌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금융위 역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으로 문제가 생기면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반대 주장에 맞서고 있다. 빅테크가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안정적인 감독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청산’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결원 업무 가운데 한은과 연계된 업무에 대해 금융위의 감독과 검사를 제외한다는 부칙도 넣어 기존 전권도 존중했음을 밝혔다. 
 

금결원은 “100년 이상 어음교환 등 지급결제와 청산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걱정한 적은 없었다”라며 “금결원의 금융거래 중계정보 범위는 자금이체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만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상거래정보나 이체사유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빅테크 거래를 추가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개정안 찬성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핀테크 업체들도 전금법 개정안은 무조건적으로 유리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업체마다 내부적으로 관련 부분에 대해 어떠한 사안이 결정한 것도 없으며 법안에 소비자 보호 이슈 등 핀테크 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내용도 들어가 있음을 시사했다. 심지어 모바일 채널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기존 금융권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재차 인지시켰다. 
 

현행 전금법은 모바일이 없었을 때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대에 당연히 개정이 되어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반대

“핀테크 업체에 대한 지나친 규제 완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보를 강제적으로 한곳에 모아놓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전금법 개정안그 자체는 빅브라더다. 금융위가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들었는데 적합하지 않은 비교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은 역시 “금융결제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인들의 거래 내용이 금융결제원에 모이고, 금융위가 이 정보들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위는 빅테크 업체의 거래 정보 수집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가정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금통위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관련 금융통화위원회 의견’ 입장문을 통해 “금융결제원의 청산과 한국은행의 최종 결제는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지급결제제도의 본원적 업무의 일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전금법 일부 조항이 현행 지급결제시스템과 상이한 프로세스를 추가함으로써 운영상의 복잡성을 증대시키며, 내부거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지급결제시스템으로 전이시켜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은 일명 '네이버특혜법'이나 다름없고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개정안의 흐름을 보면 금결원으로 전송할 개인 정보 범위에 대해 시행령에 백지위임함으로써 국회의 통제권을 비껴가고 있다. 국민의 자기정보결정권 제한에 대한 법적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개인정보를 한곳모으는 방식으로 더 큰 사이버 범죄 위험에 노출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금융노조도 “개정안이 비금융회사인 빅테크 기업에 사실상의 금융업을 허용하면서도 은행·카드사가 받는 규제는 면제하고 있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도도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과 소규모 핀테크 기업 등 비금융 사업자에게 선불지급수단과 후불결제대행을 허용해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부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연비 기자 jyb@fne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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