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음주측정 거부할 수 있을까?
2020-12-02 10:12:10 , 수정 : 2021-01-22 10:56:38 | 김윤미 변호사

[금융경제플러스] 벌써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모임의 횟수가 줄고, 송년회도 작은 규모로 11월에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연말연시 음주운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이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이러한 경찰의 측정에 응해야 할 운전자의 의무를 함께 명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할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 제148조의2 제2항)
 

보통 5분 간격으로 세 차례를 추가로 요청하고 이마저도 거절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형사 입건되는 조치가 발생합니다. 
 

음주측정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행 또는 폭언을 하는 경우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되어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측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숨을 불었다가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판례는 상해·질환 등으로 호흡 어려운 것이 인정되어야 무죄가 인정되었는데, 새로운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과거 대법원은 경찰공무원으로부터 음주측정을 요구받은 운전자가 형식적으로 음주측정에 응했을 뿐 호흡측정기에 음주측정수치가 나타날 정도로 숨을 불어넣지 않은 경우,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99도5210].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은 운전자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수적인데, 경찰의 거듭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면 실질적으로 음주측정에 불응한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과거 판례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운전자가 안면 신경마비의 후유증으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심히 곤란한 상황이었거나, 교통사고로 골절 등의 상해를 입어 음주측정 당시 통증으로 인하여 깊은 호흡을 하기 어려웠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음주 측정기에 숨을 약하게 분 것이 명시적이고 객관적인 음주 측정 거부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새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위 판례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9.7. 새벽, 강남구 한 도로에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0대 남성 운전자 A씨가 운전 중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경찰은 음주측정을 요구하였고, A씨는 음주측정에 응했지만, A씨가 숨 내쉬는 시늉을 하며 숨을 약하게 불었기에 호흡 시료 부족으로 제대로 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4차례 더 음주측정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은 A씨를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찰은 A씨가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으라는 경찰의 요구에도 숨을 내쉬는 시늉만 한 것은 사실상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음주측정을 거부하지 않았다며, 음주측정이 되지 않은 것은 음주측정기에 숨을 쉬는 시늉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도 기능 저하로 호흡량이 부족해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음주측정기에 숨을 약하게 분 A씨의 행위가 소극적인 음주 측정거부일 수는 있으나, 명시적이고 객관적인 음주측정 거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대로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일 뿐 의도적으로 부정한 시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기존 삼진아웃제도에서 2019년 이진아웃제도로 변경되었습니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예방하고 가중처벌하기 위해 변경된 것으로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행정처분(정지 또는 취소)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입니다. 

연말연시 즐겁게 술 한잔하고 귀가하는 길에 음주단속으로 즐거웠던 하루를 망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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