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장을 강요하면 죄가 될까요?
2020-09-11 09:52:13 , 수정 : 2020-09-22 08:42:37 | 김윤미 변호사

[금융경제플러스] 최근 인천 부평의 한 피부과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착용 때문에 용모단정에 신경 안 쓰는 분들 있는 것 같은데…. (중략) 내일부터 민얼굴로 다니면 마스크 벗깁니다.”

  
직장 여성에 대한 화장을 강요하는 꾸밈 노동은 2017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용모ㆍ복장 메뉴얼에 ‘여성 의사는 생기 있는 화장을 하고 머리가 옷깃에 닿는 경우 올림머리를 하라’는 내용을 담으려다 비판받은 적이 있고, 지난해 10월 한국철도공사의 업무 메뉴얼에도 “여성은 반드시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거나 “립글로스는 지워지므로 반드시 립스틱을 사용한다”라고 적시해 비난을 사는 등 사회적으로 종종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문제의식 없이 강요되는 꾸밈 노동은 법률상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다음에서 꾸밈 노동 강요가 있는 경우 문제 되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화장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며 이를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직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꾸밈 노동은 경우에 따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강요행위로 판단되어 직장 내 괴롭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모델, 탤런트와 같은 맡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반드시 화장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면 직원들에게 과도하게 화장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한 용모를 하고 있거나, 더러운 복장을 한 것이 아니라면 용납 가능한 범위를 넘는 화장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2. 농담도 지나치면 모욕

 

또한,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서서 “남자친구는 있느냐?”, “잠은 자느냐?”, “화장은 사회생활의 기본인데 기본이 안 돼 있다” 등의 발언으로 상대방에게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015년 7월 원고인 부하직원에게 "아기 낳은 적 있어? 아니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아기 낳은 여자랑 똑같아", 목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며 "어젯밤 남자랑 뭐 했어? 목에 이게 뭐야?"라고 말한 피고인 직장상사에 대하여 "사회 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원고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한 것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3. 꾸밈 노동 시간도 근로시간

 

2018년 전국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샤넬 직원 334명이 사측을 상대로 추가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해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습니다. 노조 측은 "규정된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몸단장하는 시간에 대한 추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매월 배포하는 자체 꾸밈 규칙인 '그루밍 가이드'에 따라 매일 아침 회사 제품을 이용하여 빈틈없이 메이크업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은 노조의 해당 임금청구를 기각히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한 이유는 ‘꾸밈 노동’이 근로 제공이 아니어서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출근시각인 오전 9시 30분 이전부터 제공했다는 ‘추가 근로’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꾸밈 노동’에 들어간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은 다툼이 없이 인정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만약 회사의 지시에 따라 출근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통상적으로 출근해 꾸밈 노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면 사측은 이에 대한 추가수당을 지급도록 판결이 나왔을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우리 사회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꾸밈 노동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 외에 형사사법의 문제, 임금 부담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사안입니다. 용모와 성별에 따른 차별, 꾸밈을 강요하는 직장 분위기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건강한 직장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 회사를 발전시키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길일 것입니다. 

 

김윤미 칼럼니스트 / 변호사 pluslaw.y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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