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고금리·고환율·고유가 3중高 위기
2023-10-05 18:03:31 | 이상인 편집국장

[금융경제플러스] 미국의 '고금리 쇼크'가 또다시 한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하고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스텝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미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higher for longer)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라며 "현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서 얼마나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물가상승률을 적기에 2%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올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육지책으로 아직까지 미 금리 인상에 발 맞추지 않고, 기준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의 3중高에 한국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국내 금리가 뛰면 부동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심화되고 T·L사 등 일부 건설 대기업의 경우 경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전날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 중반에, 10년 만기물은 5%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까지 갈 것 같다"며 "현재 시장은 국채 공급 전망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으로 과매도 상태"라고 진단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금리가 연 7%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고금리 쇼크는 올해 1% 저성장에 이어 내년 2%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한국 경제에 치명타다. 한은이 물가와 환율(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회복 모멘텀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자 부담이 커진 가계와 기업이 소비·투자를 줄이면 내수 침체는 깊어지게 된다. 게다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 한은으로선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처지다.

 

한편 인플레이션만 완화되면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10년물 국채수익률 4%대가 정상이 되는 금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힘겹게 적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5%를 나타냈던 시대로 회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LPL 파이낸셜의 길럼은 10년물과 3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향해 가는 것은 "아마도 언젠가는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라며 "영원히 제로(0) 금리 정책에 머무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채수익률 상승의) 속도와 수준이 주택시장이든 소비자든 경제에서 무엇인가가 무너질 만한 정도에 이르렀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모기지 금리)와 소비자 신용 금리, 자동차 할부 금리 등 모든 대출 비용이 정말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나야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고 금리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예상이다.

 

 

이상인 편집국장 lagolftime@fneplus.com